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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세는 다른 나라에서는 마땅히 번역할 단어가 없어서 발음 그대로 그냥 전세라고 씁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거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300만 가구 넘게 우리 국민 15% 정도가 이 전셋집에 살고 있습니다. 임대차라곤 하지만 워낙 큰돈이 한꺼번에 들어가기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금 안 떼이는 게 아주 절박한 과제입니다.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같은 제도가 있지만 이 세입자들이 믿었던 이 안전판조차 사기꾼들에게 뚫린 걸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문서를 조작해서 사는 사람도 모르게 주소지를 옮겨 근저당을 설정한다거나 확정일자 서류까지 위조하는 수법으로 세입자들 재산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해린 양민철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30대 김 모 씨는 서울 구로구 전셋집에 9달째 거주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성북구청으로부터 갑작스런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전 입고 뭐 하셨는데 여기 사시는 거 맞냐 그래갖고 무슨 소리시냐고 저는 아예 움직일 생각 자체도 안 한다고' 지난달 8일 자로 주소지가 이전돼 있었습니다. 누군가 김 씨를 자기 집 세대원으로 꾸며 몰래 전입신고를 한 걸로 보입니다. '전입신고는 누가 했다고 한 건가요?' '저도 아예 모르는 사람이에요. 제 이름으로 도장까지 파갖고' 실물 신분증 확인할 때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선거할 때처럼 하면 좋은데 그런 시스템이 아니에요' 세 들어 있는 집은 법적으로 빈집이 되어 버렸고 그걸 담보로 집주인이 대출을 받은 것도 확인했습니다. 뒤늦게 지자체가 경찰의 수사를 의뢰했지만, 보증금 이억 6000만 원을 돌려받을 보장이 없어졌습니다. '다음날 바로 대출을 받아 갔더라고요. 진짜 3일간은 거의 밥도 못 먹었어요. 대비라는 걸 다 했는데도 이렇게 돼 버리니' 또 다른 이 세입자는 정반대의 피해를 당했습니다. 자신이 사는 전셋집에 생면부지의 사람이 몰래 전입신고를 했고 졸지에 1 주택 2 가구가 되면서 전세 대출 갱신을 못 받을 수도 있게 됐습니다. 권위체대 열람원이라는 서류가 필요해서 임대차 계약을 또 맺어서 다른 사람이 또 세대주로 올라가 있는 걸 봤습니다. 주민센터에서는 그냥 그분도 임대차 계약서가 있었기 때문에 이제 어쩔 수 없었다는 거죠.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고발되는 사례들의 상당수가 이 같은 몰래 전입 전출로 추정됩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입신고 사기가 속출하자 행정안전부는 신원 확인을 잘하한 권고를 지자체에 내려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라곤 전입 당사자에게 문자 통보를 해 주는 게 유일합니다. 그나마도 본인이 신청을 해야 해서 서비스를 알고 이용하는 사람이 전국에 이만 명 남짓입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2020년 지어진 오피스텔입니다. 20대 A씨는 재작년 보증금 2억 8200만 원의 전세를 들었습니다. 계약 당시 근저당 등 선순위 권리는 없었없었습니다 대출을 받고 부모님 돈 빌려서 들어온 건데..... 근저당도 전혀 없었고 깨끗해서 안심하고..... 그런데 이듬해 봄 등기부 등본을 떼봤더니, 총 37억 원 규모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습니다. A 씨 집을 포함해 같은 오피스텔 17 채가 담보로 잡혀 있었습니다. 위험하다고 해가지고 등기부 등본을 좀 자주 떼 보는 편이었어요. 3월에 근저당을 많이 잡았더라고.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동일한 오피스텔이라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내줄 리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거액의 담보 대출이 실행된 배경, 문서 위조에 있었습니다. 

 

임대인 등은 먼저 임대차 계약서들을 전세에서 월월세로 위조해 보증금 총액을 58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낮췄습니다. 나아가 공문서까지 손을 댔는데 지자체가 발행하는 확정일자 부여 현황 서류를 원본과 거의 똑같이 위조했습니다. 이렇게 전세를 월세로 둔갑시킨 뒤 대부업체 등에서 25억 원을 빌린 겁니다. 위조하기도 어렵고 공문서 같은 경우는 그것도 17건이나 되는 서류를 위조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번에 처음 저도 들어본 일이라 세입자들은 채무가 불어난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번환을 거부할까 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기를 당했다는 걸 입증하면 HUG에서 돈을 받기가 쉽다고 하더라고요. 빨리 잡혀가지고 저희의 피해를 최소화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경찰은 임대인 등을 사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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